| 유리 가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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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는 언뜻 보기엔 평범한 소녀였다. 결코 예쁘다고 할 수 없었고 성적 또한 좋지 않았다. 하지만 아빠는 돌아가셨고 엄마는 자그마한 중국요리집의 보잘 것 없는 더부살이 종업원. 이 작은 소녀의 가슴 속에 뜨겁고 격렬하게 타오르는 불꽃이 있다는 걸... 누가 알고나 있었을까?" (유리 가면 첫 페이지) "CHE POSSO FAR SE LA FEMINA MI TRAE 'L CORE?" "THOUGH" S"HE SLAYS ME, YET WILL I HOPE IN H"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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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는 연기랑 관계된 것이라면 무엇이든 좋아하는 철부지 소녀이다. 극장에 배달가서 엉뚱하게도 영화 구경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푹 빠져들어 배달을 땡땡이치기도 하고, (중국요리집) 주인집 딸이 보는 TV 드라마를 멀리서 보는 것도 너무나 재밌어서 안달하기도 한다. 옆 집 창문 너머로 보이는 TV 화면을 보기 위해 지붕 위로 올라갔다가 떨어지기도 할 정도이다. 마야에게 하나 잘 하는 게 있다면 그렇게 해서 조금씩 본 연극 장면을 동네 꼬마들에게 그대로 연기해주는 것. 하루는 그 모습을 웬 낯선 중년의 여성이 바라보다가 마야에게 말을 걸지만 머리칼에 가려졌던 흉측하게 생긴 여성의 얼굴에 놀라 마야는 도망간다. 그러던 마야에게 주인집 딸이 신년 기념으로 공연하는 '춘희' 연극표를 자랑한다. 마야는 너무나 보고 싶었지만 가난한 마야네 사정으로 그건 무리였다. 그러다 우연히 12월 31일 중국집의 아르바이트생이 펑크를 내게 되고, 주인집 딸은 마야에게 80군데에 이르는 배달을 자정이 되기 전에 끝내면 마야에게 표를 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이걸 진담으로 생각한 마야는 갖은 고생 끝에 배달을 마치고 마침내 연극표를 얻어 '춘희' 공연을 보게 된다. (우연히 공연장이었던 다이토 극장에서 다이토 기획의 경영자인 하야미 마스미와 만나기도 한다.) 춘희 공연을 태어나서 한 번 봤을 뿐인데도 마야는 예전의 그 낯선 아줌마(츠기카게 치구사)에게 공연 전체를 연기해보이고, 왕년의 대배우였던 치구사는 그런 마야의 모습을 무척 흡족하게 여긴다. 학교에서 개교 기념으로 공연한 연극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바보 '비비'역을 연기한 마야는 자신이 얼마나 연기를 하고 싶어하는지 깨닫게 되고 극단 온딘에 찾아간다. 하지만 그 곳 역시 돈이 없으면 입학조차 허락하지 않는 곳이었다. 또다시 극단 온딘에서 하야미 마스미와 우연히 마주친 마야. 마스미는 마야에게 온딘의 연습 구경을 허락한다. 마야의 태도에 불만을 가진 극단 온딘의 학생들은 마야에게 (한 번도 해보지 않은) 판토마임을 해보라는 요구를 하고 마야는 엉망이긴 하지만 판토마임의 핵심을 꿰뚫는 연기를 보여주어 당시 그 곳에서 연습하고 있던 히메가와 아유미를 놀라게 한다. 물론 아유미는 당황한 마야에게 몇 수 위의 연기 능력을 선보이며 마야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어떻게든 연기를 배우고 싶었던 마야. 치구사는 마야에게 왜 연기를 하고 싶냐고 추궁하고, 마야는 자기도 모르게 "나 여배우가 될 거예요!"라는 대답을 해 버린다. 그 대답에 만족한 치구사는 마야에게 자신이 새로 만들 연기 학교에 들어오라는 제안을 한다. 당연히 마야의 어머니는 그런 마야를 비웃고 마야는 가출하여 치구사의 학교로 향한다. 마야의 어머니가 마야를 찾아와 아무런 재능이 없는 마야가 계속 연기를 하는 건 무리라며 마야를 데려가려고 하자 치구사는 그런 마야의 어머니의 의견을 조목조목 반박한다. 결국 마야의 어머니는 마야 마음대로 하라며 떠난다. 남겨진 마야. 치구사는 그런 마야에게 "넌 천 개의 가면을 가지고 있다!"며 아무런 재능이 없는 마야가 "아무런 재능도 없는"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격려한다. 그리고 드디어 첫 레슨이 시작된다. 유리 가면의 시작은 어떻게 보면 전형적인 순정 만화였다. 가난하고 핍박받던 여주인공이 온갖 인생의 난관을 돌파하고 성공하는 스토리. 유리 가면은 이러한 스토리가 기본이 되는 만화면서도 그것만으로 한정지을 수 없는 작품이다. 자세한 건 차차 얘기가 나올 테니까 걱정하지 말자. 또한 후반의 전개를 알고 다시 읽는다면 첫째 장에서 주요 등장인물들을 모두 엮어버리는 작가의 빼어난 구성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유리 가면의 두 주인공인 히메가와 아유미는 마야와의 첫 만남에서 벌써 선명한 대비를 만들고 사쿠라 코지 유우, 하야미 마스미, 츠기카게 치구사 같은 주요 인물들이 조금씩 마야와 치구사를 중심으로 얽히기 시작한다. (2003. 8. 16.) 마야: "내 스스로의 기분을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어요. 좋아해요! 하고 싶어요! 연극을...! 연극이란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몸이 불타는 듯 뜨거워지는 걸요. 전 예쁘지도 않고 성적도 별로 좋지 않은 걸요. 연극학교에 다닐 돈도 없는데... 그걸 알고 있는데도... 하고 싶은 거에요. 어떻게 할 수도 없을 만큼... 이 기분은..." (치구사에게 답답한 마음을 털어 놓으며) 치구사 : "재능이란 건 자신을... 자기 자신을 믿는 거란다. 곧 알게 될 거야." (자신의 재능에 대해 의심하는 마야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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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츠기카게'에서 마야는 연기 공부를 시작한다. 연기를 배우는 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발성 연습부터 연기동작 연습까지... 마야는 잘 못해서 비웃음을 사거나 꾸지람을 듣기 일쑤였다. (물론 나름대로 열심히 창의적인 시도를 보이지만 말이다.) 그래서 마야는 다시 의기소침해진다. 그러다가 단원들과 함께 '예', '아니오', '고맙습니다', '죄송합니다' 이 네가지 단어로 연극을 하라는 과제를 받는다. 한편 마야는 코지의 도움으로 히메가와 아유미가 출연할 연극 '흰장미 부인' 연습을 보러간다. 그리고 거기서 또 우연히 마스미와 마주친다. 마스미도 자신의 스케줄을 잠깐 미루고 연습을 보고 있다가 마야가 츠기카게의 문하에서 연기 공부를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제 네 가지 대사로 연기를 해야 할 시간이 왔다. 다들 한두 마디 버티기도 힘들어서 쩔쩔매는 마당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히메가와 아유미까지 찾아와 마야와 함께 네 가지 대사 연기를 겨루는 분위기로 흘러간다. 그렇지만 마야는 여기서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하여 한 시간이 넘도록 아유미와 연기를 겨루고, 츠기카게 선생이 중간에 레슨을 중지시켜 일단 무승부로 끝난다. 여기에 동기들과 친구들, 아유미 모두 놀라고 마야는 조금씩 자신감을 찾아간다. 극단 츠기카게가 '작은 아씨들'을 첫 공연으로 삼기로 하고 배역을 발표하는데 의외로 마야가 주연 가운데 하나인 베스 역을 맡게 된다. 사야카를 비롯한 여러 친구들이 이런 마야를 시기하게 되는데, 막상 마야의 연기에 여러 문제점이 노출되자 츠기카게 선생은 특단의 조치를 내린다. 일주일간 특별 훈련을 시킨 뒤 베스 역에 어울리는지 다시 테스트하여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면 베스 역에서 제외시킨다는 것. 특별 훈련 프로그램에 따라 마야는 일주일간 학교도 가지 않고 집에서 수줍음 많고 소심한 소녀 베스처럼 살게 된다. 아예 배역이 직접 되어 생활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다들 우습게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야는 점점 베스와 동화된다. 일주일 뒤 베스 연기 테스트에서 마야는 압도적으로 자연스런 베스를 연기하여 마침내 베스 배역을 진정으로 확정받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었다. 특히 '작은 아씨들'의 마지막 부분에서 성홍열에 걸려 힘겨워하는 모습을 연기해야 하는데 그걸 제대로 소화할 수 없었던 마야는 츠기카게 선생한테 호되게 혼나고 좌절한다. 게다가 피아노 연습장을 돌려주러 갔던 코지의 집에서 마야같이 천한(?) 애와 어울리지 말라는 코지 가족들의 얘기까지 들은 마야... 너무나 가슴이 아파 비오는 날 길거리에서 울고 있던 마야는 '아파본 적이 없는 사람은 그 괴로움을 모르는 거야. 그건 당연한 거야 마야...'라는 레이의 얘기를 떠올리며 우산을 내린다... 비에 젖어 아예 자기자신이 정말로 아파지도록... 결국 마야는 다음날 아침까지 비를 맞으며 무척 심하게 감기에 걸린다. 드디어 '작은 아씨들' 공연 첫 날. 마스미의 계략으로 온갖 신문/잡지 기자들이 모인 가운데 연극이 시작하고, 마야는 40도가 넘는 고열 속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베스를 연기한다. 마스미는 이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란 채 마야의 연기를 지켜 본다. '작은 아씨들'의 마지막 부분... 마야는 너무나 아픈 나머지 정신이 거의 혼미해진 상태에서도 말 그대로 '혼'을 담아 감동적인 연기를 보여 준다. 그렇게 첫 공연은 성공적으로 끝난다. 다만 평론가들은 이미 마스미의 사주를 받았기 때문에 악평을 늘어 놓는다. 그렇지만 마스미는 곧 자신의 혼란스런 마음을 깨닫는다. 비록 극단 츠기카게의 공연을 깎아내리는 계략엔 성공했으나 자신이 미처 알지 못하던 마야의 어마어마한 정열을 느낀 뒤 어쩐지 마야의 팬이 된 듯한 느낌을 갖는다. 그래서 잠시 들린 꽃집에서 보랏빛 장미를 한 다발 사서 마야에게 '당신의 팬'이라는 익명의 이름으로 선물한다. 마야는 이 장미에 무척 들뜨게 되고 누구였을까 궁금해 하기 시작한다. 마야는 베스 역 연기 연습 과정에서 자신이 맡은 배역과 완전히 동화되는 느낌을 처음 알게 된다. 이것은 나중에 홍천녀의 연기 과정까지도 이어지며 단순히 배역을 연기하는 게 아니라 아예 배역을 미메시스(닮아가기)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마스미가 마야에게 보랏빛 장미를 선물하기 시작한 것도 중요 포인트! 마스미가 선물한 보랏빛 장미는 유리 가면 작품 전체의 복선을 이루며 나중에 무척 중요하게 작용한다. (2004. 5. 16.) 마야: "만세! 만세! 만세! 야아~ 성공-! 연기할 수 있게 됐다! 베스를! 베스를! (팔짝팔짝 뛴다.) 배우가 되고 싶어! 모든 것을 잊어버릴 만큼 흠뻑 빠져있던 연극... 영화... 아아, 얼마나 동경했는지... 얼마나 그들이 되고 싶었는데! 이제 나도 그 중 한 사람이 되는 거야... (눈을 반짝이며+_+ 거울을 바라본다.) 아무런 쓸모도 없이 보잘것없는 여자아이지만 연기하고 있는 동안만은 아냐... 그때만은 공주님이라도 될 수 있을지 몰라... 엄마..." (치열한 경쟁과 노력 끝에 '작은 아씨들'의 베스 역할을 따낸 뒤) 레이: "마야... 아파본 적이 없는 사람은 그 괴로움을 모르는 거야... 그건 당연한 거야 마야... 많은 연기자들은 아픈 사람을 보고 거기서 배우는 것뿐이야." (츠기카게 선생한테 혼난 뒤 좌절한 마야에게) 마스미: "뭐지... 이 패배감... 가슴을 짓누르는 듯한 이 답답함... 이런 느낌은 처음이야... 여러 무대에서 여러 연기자들을 봐 왔지만... 처음이었어... 이런 격정은... 아직 중학생 정도의 소녀인데도... 40도의 고열로 바보같이... 그런 어리석은 짓을... 무대에 서 있는 것만도 벅찰 텐데... 저 작은 소녀의 어디에 그런 정열이 숨어 있단 말인가... 정열... 나는 내 인생에서 정열을 느껴본 적이 있었던가? 다만 하야미 가문과 아버님만을 위해 살아 왔었지. 그래... 어릴 적부터..." (마야가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한 베스에 감동먹은 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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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미의 계략으로 평론가들은 극단 츠기카게가 공연한 '작은 아씨들'에 대해 온갖 악평으로 신문과 잡지를 도배한다. 여기에 열받은 아오야기 프로덕션(극단 츠기카게의 비밀 후원자)은 츠기카게 선생에게 전국 연극제에 입상하라는 미션을 부여한다. 어쩔 수 없시 츠기카게는 그 제안을 받아 들인다. 이에 따라 극단 츠기카게는 히구치 이치요겐 원작의 '키 재보기'로 도쿄 지역예선에 참가하기로 한다. 주연은 기타지마 마야. 여기에 대항하여 극단 온딘도 히메가와 아유미를 주연으로 내세워 똑같은 작품으로 지역 예선에 뛰어 든다. 완전히 츠기카게를 물먹이려는 계략인 것이다. 마야는 열심히 '키 재보기'의 주인공인 미도리 역을 연습하지만 히메가와 아유미가 연습하는 모습을 보고선 자신감을 잃어버린다. 도저히 아유미만큼 미도리를 연기할 수 없다는 자괴감에 빠지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마야는 아예 "미도리의 대사를 외울 때면 미도리를 연기하는 아유미의 대사랑 몸짓이 눈앞에 떠올"라 연습을 더 이상 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른다. 츠기카게 선생은 그런 마야를 호되게 질책하고는 무척 화를 내며 창고에 마야를 가두어 버린다. 혼자 남겨진 마야. 하루 종일 창고에 갇혀 있다 보니 너무나 심심했다. 자기 손으로 찢었던 '키 재보기' 대본 조각을 바라보며 대사 연습을 다시 시작해 본다. 그러는 가운데... 마야는 불현듯 같은 대사라고 할지라도 아주 작은 표정과 목소리 톤의 변화에 따라서 무척이나 다른 성격으로 비친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자신의 대사를 여러 가지로 재구성해 보는 마야. 곧 작은 동작의 차이로 "성격을 만든다"는 것을 깨닫고는 자신만의 미도리를 연기할 수 있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여기에 마야가 이 사실을 깨닫길 간절히 바라고 있던 츠기카게 선생이 합류하여 둘은 창고의 문을 사이에 두고 며칠간 밤새도록 완전히 새로운 미도리를 만들어내는 연습에 몰두한다. 마침내 시작된 전국 연극제 도쿄 지역예선. 극단 온딘의 이사장인 오노데라의 의도에 따라 극단 온딘과 극단 츠기카게는 마지막 날 똑같은 작품을 연이어 공연하게 된다. 점점 더 도쿄 지역예선이 열기를 더해가는 가운데 다가온 공연 당일. 마스미는 또다시 '당신의 팬'이라는 이름으로 마야에게 메모를 몰래 전달하고 마야는 "당신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멋진 미도리를 연기하겠"다고 다짐한다. 예상대로 아유미는 그야말로 완벽한 미도리를 연기한다. 연극 교과서가 있었다면 딱 이 모습이 실렸을 정도로 완벽하게. 사람들은 여기에 환호하고 아유미는 의기양양하게 무대를 내려 온다. 거기에 바로 이어지는 공연은 물론 마야가 주연을 맡은 또다른 '키 재보기'였다. 마야는 츠기카게 선생과 열심히 연습하여 만들어낸 전혀 새로운 미도리를 연기하고 사람들은 여기에 푹 빠져 든다. 관객들은 마야가 연기하는 미도리에게서 아유미가 완벽하게 연기한 미도리와는 다른 색다른 재미를 발견한다. 연극이 마친 뒤 사람들은 극단 츠기카게에게 열렬한 환호를 보내고 심사 결과가 발표되는데... 1위는 극단 온딘. 그리고 극단 츠기카게. 도저히 우열을 가릴 수 없어 공동 1위로 결정된 것이다. 따라서 두 극단 모두 전국 연극제 본선에 참가하게 된다. 마야가 멋지게 연기하는 모습을 바라 본 마스미는 다시 보랏빛 장미 한다발을 '당신의 팬'이라는 메모와 함께 마야에게 선물한다. 마야는 다시 한 번 감동하며 전국 연극제에서도 열심히 할 것을 자신의 팬에게 속으로 굳게 약속한다. 어떤 예술 작품이 있을 때, 그것에 대한 '완벽한 해석'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을까? 이 부분에서 히메가와 아유미는 '키 재보기'의 미도리 역에 대해 나름대로 '완벽한 해석'을 한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 츠기카게 선생은 분명히 말한다. "그것이 천재의 한계라는 거다. 결코 그 이외의 것은 될 수 없다는 얘기지..."라고. 즉 아유미는 '완벽한 미도리'라는 어떤 목표를 설정해 두고서 이를 연기하려고 시도한다. 말하자면 원본을 설정해 두고 자신이 연기한 것이 이것에 가까워지도록 (원본을 재현하는 데에) 온 힘을 다 쏟는 것이다. 반면 마야는 아유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를 포기한다. 전화위복이라고 했던가? 오히려 마야는 여기서 엉뚱하게 연기한 미도리 역의 '차이'에 따라 미도리 역에 더더욱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을 희미하게나마 깨닫는다. 조금 어렵게 얘기하자면 아유미는 미도리 역을 유사(ressemblance)하게 연기하는 것에서 미도리 역의 본질에 접근하려고 하였고, 마야는 미도리 역을 상사(similitude)하는 놀이에서 그 역의 본질에 접근한다. 어느 쪽의 접근이 더 옳을까? 여기서부터는 너무나 미학에 관련된 얘기이므로 일단 넘어가자. (간단히 말해서 '유사'는 원본의 존재를 가정하고 이를 복제하는 것이고, '상사'는 원본이 없이 복제들 사이가 닮은 것을 가리키는 말로 생각하면 된다.) 다만 상사의 놀이는 나중에 등장하는 연극 '잊혀진 황야'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마야가 아유미와의 차별화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상사의 놀이를 시작하는 장면이 작품 초반에 조금 등장하는 구성도 무척 흥미롭다고 할 수 있겠다. 단순한 순정 만화를 그리려고 했던 게 아니라 현대 미학과 철학의 고민들을 작품 속에 조금씩 담아내려고 했던 작가의 고민이 이러한 설정을 만들어낸 것 아닐까? 이와는 별도로 마야의 모습에 조금씩 더 빠져들며 자신을 감춘 채 보랏빛 장미를 꾸준히 선물하는 마스미의 모습도 체크해야 할 장면들이다. (2004. 5. 17.) 마야: "어째서 이 세상에 그런 아이가 있는 거지...? 예쁘고 영리하고 유복한 가정... 게다가 연기의 천재... 어째서 난 그렇게 태어나질 못했지...? 엄마... 요코하마로 돌아가고 싶어..." (창고에 갇힌 채 아유미를 떠올리며) 마야: "성격을 만든다...! 그렇다! 성격을 만들어낸다! 어째서 몰랐을까? 지... 지금까진 미도리가 되는 일에만 열중해서... 성격을 만들어내는 것을 잊고 있었어! 나의 미도리는 아유미의 미도리완 달라...! 그래! 달라! 전혀 다른 미도리야...! 아아...! 그래! 그래. 아유미의 미도리와 내가 연기하는 미도리는 달라! 그래! 전혀 달라도 돼! 난 나의 미도리를 연기할 거야! 만들어내야 해. 인물의 성격을...! 나에겐 나만의 미도리 가면이 있어! 내 미도리의 가면이...! 해보자, 처음부터..." (작은 차이에 따라 새로운 미도리를 창조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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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츠기카게는 전국 연극제 참가 작품으로 '지나와 다섯 개의 푸른 항아리'를 고른다. 주연은 당연히(?) 기타지마 마야. 다들 수긍하지만 몇몇은 츠기카게 선생이 너무 마야를 싸고 돈다며 조금씩 반발감을 느낀다. 연극제가 열릴 나고야에 도착한 극단 츠기카게 일행. 우연히도 훗카이도 대표 극단 일각수와 이웃한 숙소를 쓰게 된다. 처음에는 낯선 인상 때문에 거리감을 느꼈지만 얘기를 트게 되자 어쩐지 좋은 사람들인 것 같다고 느낀다. 극단 일각수는 그야말로 아마추어 정신에 입각해서 연극을 하는 극단이었다. 가난한 재정 속에서도 자신들이 직접 소도구, 무대 세트까지 만들어 가며 연극에 대한 열정을 발휘하는 거였다. 드디어 전국대회가 개최되고... 첫 날 세 번째 시간에 극단 일각수가 '운명'을 공연한다. 사람의 온 몸을 이용한 힘이 넘치는 공연에 마야는 무척이나 즐거워한다. 마야 뿐만 아니라 모두들 일각수에게 박수 갈채를 보내며 열광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극장 온딘의 오노데라 감독(겸 이사)은 일각수를 이길 자신이 있냐는 질문에 일각수보다 "정말 두려운 것은 따로 있어."라는 얘길 한다. 급기야 마야의 주연 발탁에 불만을 품고 있던 극단 츠기카게 단원 둘에게 극단 온딘의 주연급 배우로 출연시켜 주겠다고 꼬신다. 그 대신 츠기카게 선생을 배신하라는 조건을 단다. 전국대회 넷째 날. 극단 온딘이 '재의 성'을 공연하는 날이다. 이 공연에서 아유미는 굉장한 감량까지 감수하며 연습한 멋진 연기를 선보이며 완벽에 가까운 공연을 보여 준다. 마침내 여섯째 날. 극단 츠기카게가 공연해야 하는 날이 왔다. 그런데 단원들이 일어나 보니 놀랍게도 무대 세트와 소도구, 의상이 모두 찢긴 채 엉망이 되어 있었다. 누가 그랬을까? 다들 좌절하고 있을 때 고맙게도 극단 일각수 단원들이 도구들 수리를 도와 주겠다고 하고, 무대 세트를 빌려 주겠다는 고등학교 연극부가 있다는 소식이 들려 온다. 츠기카게와 마야를 제외한 모든 단원은 여기에 모든 걸 걸고 고등학교로 향한다. 그렇지만 트럭 운전사가 다름 아닌 배신을 결심한 두 사람이었고... 일부러 엔진을 망가뜨려 일행들이 빗길 속에서 꼼짝도 못하도록 만든다. 공연을 시작해야 할 시간이 되고. 공연장에 남아 있는 배우는 기타지마 마야 단 한 사람이다. 포기해야 할까? 기권 여부를 앞두고 마야는 결심한다. 혼자서 무대에 오르기로. 놀랍게도 마야는 1시간 45분에 달하는 공연 내내 상대역들이 없는 상태에서 모든 상황을 임기응변으로 처리하며 관객을 사로잡는다. 연극이 끝나자 사람들은 모두들 굉장한 환호를 보내고... 인기 투표에서 극단 츠기카게의 공연은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한다. 그러나 최종 심사 발표를 앞두고 극단 온딘의 오노데라는 대본과 달리 마야 혼자만 출연한 연극이 연극 정신을 모독한 거라며 딴지를 건다. 보수적인 심사위원단은 이를 받아들여, 극단 일각수의 '운명'이 2위, 극단 온딘의 '재의 성'이 1위를 차지한다. 극단 츠기카게는 순수한 연극 정신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심사 대상에서 제외! 결국 아오야기 프로덕션은 극단 츠기카게에 대한 후원을 끊을 것을 선언하고 츠기카게는 좌절한다. 마야는 너무나 속상한 나머지 화장실에서 엉엉 울지만 단원들 및 관객들의 위로와 격려에 조금씩 힘을 얻고, 이를 지켜보는 아유미는 이상하게도 패배감을 가슴 깊이 느낀다. 비록 후원도 없어지고 단원들 대부분이 떠났지만 마야와 레이를 비롯한 뜻있는 단원들은 츠기카게에게 부탁하여 자신들의 힘으로 극단 츠기카게를 유지해 나가기로 한다. 초라하기 이를 데 없는 집으로 이사를 마쳤지만 마야는 훌륭한 배우가 될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하며 마음 속에 희망을 채워담는다. 과연 '순수한 예술 정신'이라는 것이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어찌 됐건 오노데라는 이를 문제삼아 극단 츠기카게를 물먹인다. 그렇지만 보수적인 심사위원들이 극단 온딘의 작품을 선택했을지라도 "관객은 자신의 감정에 정직"했다. 관객들은 좌절한 마야 곁으로 구름처럼 몰려들어 마야를 위로하였다. 아유미는 이를 눈치채고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다. "우리들의 무대는 잊혀져도 저 애가 섰던 무대는 이 연극제의 전설로 남게 되겠지..."라며. 한편 극단 츠기카게가 후원 없이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과정 속에서 앞으로 마야는 과연 어떻게 연기를 배워나갈까? (2005. 1. 16.) 치구사: "연극을 해라. 마야! 그래야 넌 비로소 숨을 쉬고 살아갈 수 있어. 그 안에서 살아감으로써 비로소 너라는 인간의 가치가 나타나는 거야." (아유미를 부러워하며 의기소침해 하는 마야에게) 마야: "어제 일은 잊어버리자. 언제까지나 어제 일로 괴로워해봤자 어제가 되돌아올 리도 없고... 그보다 내일 일을 생각해야지. 내일은 어떻게 살아갈까. 그것을 생각하자. 설혹 그 내일이 괴롭다 해도 또다른 내일이 있으니까... 그 내일이 괴로워도 또 그 다음 내일이... 난 꼭 훌륭한 배우가 될 거야...!" (극단 츠기카게에서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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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를 비롯해 극단 츠기카게에 남은 단원들은 아르바이트까지 해가며 계속 극단을 유지해 나가기로 한다. 하지만 마땅한 연습 장소가 없다는 문제만은 해결할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도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떠들어댈 수도 없는 것이고, 공원 같이 공개된 곳에서 마음껏 큰 소리를 낼 수도 없는 것이었다. 게다가 날이 갈수록 피로가 쌓여 제대로 연습을 못할 지경에 이르게 된다. 다행히 오래된 낡은 교회 건물을 연습 장소로 이용할 수 있게 되었고, 단원들은 모두들 행복해 한다. 고된 연습 뒤에 마야와 레이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뻗어버린다. 마야는 잠을 자다 옆에 츠기카게 선생이 없다는 걸 깨닫고 밖으로 나가 뭔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츠기카게를 찾아낸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마야는 '홍천녀'가 어떤 역인지 묻는다. 츠기카게는 홍천녀를 연기하려면 "자신이 인간이라는 것을 잊을 수 있어야" 한다며 "천 가지 만 가지 역을 다" 해봐야 한다고 대답한다. 그리고 홍천녀란 사람이 아니라 "붉은 매화" 나무였다!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던 마야는 '하얀 청춘백서'라는 영화의 조연 오디션에 응모한다. 막상 오디션에서는 외모 탓이었는지 다른 이유 때문이었는지 심사에서 탈락한다. 이때 마야의 재능을 아까워한 심사위원 하나가 마야를 기용할 것을 주장하였는데 그 영향으로 단역 자리를 하나 맡게 된다. 몸 한 쪽이 마비된 환자가 목발없이 걸으려다 넘어지는 장면. 어찌 보면 하찮은 역할이었지만 마야는 정말 최선을 다해 연습한다. 이를 본 다른 배우들과 연출진들 모두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한편 아유미 역시 '홍천녀'를 연기하려면 수많은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미녀와 야수'에 야수의 부하 역으로 출연하기로 한다. 고작 세 장면밖에 나오지 않지만 '홍천녀'를 위해서라면. 그것도 모자라 아예 다음 작품으로 '왕자와 거지'의 거지왕자 역할을 맡기로 한다. 귀족적인 외모를 가진 아유미가 거지 역할을 한다면 지금까지 쌓아올린 이미지를 무너뜨릴지도 모르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일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구두약까지 얼굴에 바르며 진정한 거지 행색으로 나타난 아유미에게 모두들 놀란다. 마야는 중학교 연극부에 들어가지만 처음에는 실력을 인정받지 못해 잡일만 한다. 그래도 기쁜 마음으로 여러 허드렛일을 하고 있었는데 우연하게도 주연을 맡은 친구가 복통으로 연기를 할 수 없게 된다. 결국 마야는 땜빵으로 주연 '여왕' 역할을 맡는다. 무대에 오르자마자 모든 것이 바뀐 마야에게 사람들은 놀라고. 마야는 잠시나마 여왕 역할을 맡아본 것에 무척 즐거워하며 좀 더 여러 가지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마스미가 츠기카게 선생을 찾아가 홍천녀 상영권에 대해 얘기하던 도중 츠기카게가 갑자기 통증으로 쓰러진다. 마침 집에 돌아온 마야는 울며 마스미를 질책한다. 며칠 뒤, 전국예술제에서 극단 온딘의 방해 때문에 다른 출연자들의 발이 묶여 있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된 마야는 더더욱 마스미를 증오하게 된다. 반면 마스미는 또다시 '보라색 장미의 사람'으로서 츠기카게의 병원비를 몽땅 대주며 마야를 격려한다. 같은 사람에게 증오와 애정을 동시에 쌓아가는 마야. 마야는 아예 극장들을 찾아다니며 자신을 고용할 극단이 있는지 알아본다. 모두들 거절하지만 츠기카게 치구사의 옛 적수였던 하라다 기쿠코는 단지 츠기카게가 주목하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마야에게 관심을 보이며 마침내 마야를 자신이 이끄는 에이신 극장에 발탁한다. 마야는 제멋대로 연기하던 배우를 대신해 보모 역을 맡게 된다. 관객들은 마야의 연기에 아낌없이 갈채를 보낸다. 원래 보모 역을 하던 단원이 마야를 질투하여 마야가 업고 있던 아기 인형의 목이 무대에 떨어지게 만드는 음모까지 세우지만, 마야는 침착하게 대응하여 오히려 더 큰 박수까지 받는다. 연출자는 마야에게 무척 만족하며 하라다 기쿠코에게 마야를 다음 작품에도 출연시키면 어떨까 하고 묻지만 하라다는 이에 반대한다. 왜냐하면 마야가 '무대광풍'의 숙명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2006. 8. 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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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의 가슴아픈 사랑은 분명 츠기카게 치구사의 젊은 시절과 닮았다. 치구사가 곧 홍천녀였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마야가 홍천녀에 가까이 가는 데 유리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 그건 너무 불공평해서일까? 아유미도 치구사와 같은 고통을 겪게 된다. 조명등에 의한 사고. 하지만 오히려 그 속에서 아유미는 홍천녀로 가는 길을 얻게 되었다. 이번 장에 "두 사람의 아코야"라는 소제목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 아직 마야와 아유미 둘 다 모두 아코야일 뿐. "이게 나... 그래 난 '꼬마'야. 조금도 아름답지 않고 어리숙하고."(42-p17)라고 마야 스스로 말하듯 말이다. 마야: "다행이야... 바보 같은 짓을 하지 않아서. 내가 정말 무슨 어처구니 없는 꿈을 꾸고 있었던 걸까. 홍천녀의 사랑... 그건 매화골의 환상... 내가 멋대로 꿈꾼 것뿐이야!" (자신의 사랑을 자학하며) "사랑이란 상대방의 혼을 간절히 원하는 것" (홍천녀 아코야) (2010. 3. 25.) |
유리 가면 42는 정말 오랜 공백 기간 뒤에 발간되었다. 과연 완결까지 도달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지만 사실 그건 중요하지 않다. 스즈에 미우치는 (치사하게도^^) 이미 변명 거리를 준비해 두었다. "매화골에서 츠기카게 선생이 다리에 불을 질러 골짜기로 떨어뜨려버린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구로누마 감독) 어차피 "홍천녀가 깃든 매화골"이란 유리 가면의 완결 속에 있는 게 아니라 우리들 마음 속에 있다. 너무 작품 자체에 집착하여 중요한 것을 놓치지 말라는 작가의 충고랄까. (2005. 4. 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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